오랜만에 등심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서 사 와서 먹어봤습니다.
등심으로 등심 스테이크와 액젓 오이 소 불고기를
요리해 먹은 일상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
등심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은근히 맛있게 구워내기 어렵습니다. 적당한 불의 세기와 눈대중으로 익은 정도를 확인하고 빨리 꺼내어서 휴지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매번 조금씩 태우거나 너무 질겨서 씹어 먹기 힘든, 잘 실패하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소고기는 가스레인지 화력이나 굽는 시간에 따라 기름도 많이 튀고 집 안에 냄새 빼느라 늘 창문을 열어두고 요리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먼저 오븐에서 구운 후, 가스레인지에 빠르고 신속하게 굽어봤답니다!
등심(Sirloin) 부위는 소의 등뼈에 붙은 부위라 기름기가 많고 연한 부위여서 제가 좋아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등심 위에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 후, 바로 오븐에서 425F/30분간 조리해줍니다. 같이 곁들여 먹으면 좋은 통마늘도 반 갈라서 통으로 넣고, 아스파라거스도 같이 넣어서 오븐에서 구워줍니다. (시즈닝 이런 게 필요 없더라고요~ 소고기가 시즈닝 그 자체입니다!)
30분 후에 오븐에서 등심을 꺼내고 달군 팬에 버터 2T를 녹여준 후, 등심 두 조각을 얹습니다. '촤~~~' 맛있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수저로 버터 국물을 등심 위로 끼얹어주며 약간 센 불에서 빠르게 익혀줍니다. 한 5분 정도 팬 앞에 서서 익은 정도를 확인한 후 소고기를 쿠킹 포일로 옮겨줍니다. 함께 있는 기름 육수(?)도 고기 위에 같이 끼얹어줍니다.
기름 육수를 끼얹은 등심과 마늘을 포일에 감싸고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꼼꼼히 잘 막아줍니다. 그렇게 5분 정도 휴지를 시켜주면 소 등심 스테이크가 완성됩니다. 이때, 후추로 간을 해줍니다! 조리 중에 후추를 하지 않고 휴지를 시킬 때 후추를 뿌려줍니다.
스테이크 소스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베샤멜, 그레이비소스 등 다양하게 있지만 늘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전문 레스토랑에서 소스를 즐기는 것으로~). 대신 고기나 스테이크 먹을 때는 야채의 양도 고기와 같이 1 대 1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양배추와 양파 그리고 버섯을 기름에 볶고 발사믹 식초만 3-4T와 각종 허브가루를(오레가노, 이탈리안, 파슬리) 넣어서 소스를 만들어줍니다. 조금 짜거나 시큼하다면 물을 적당히 넣어주고, 간이 싱거우면 발사믹 식초를 1T 정도 더 놓고 졸이듯이 야채를 익히는 가니쉬 같은 소스를 만들어서 먹는 걸 즐긴답니다.
항상 플레이팅은 접시 안에 음식을 꽉꽉 채워서 담는 걸 좋아합니다. 아니, 많이 먹는 걸 좋아합니다. 😄 오븐 안에서 30분 간 구워내는 게 조금 너무 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한 것보다 육즙이 가득 부드럽습니다.
실험 삼아 오븐에서 먼저 구운 후, 팬에 버터로 5분 정도 튀겨주니 훨씬 맛이 좋습니다. 이제부터 그냥 모든 요리는 오븐에 넣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 마치 오븐은 보험과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미디엄을 원한다면 베이킹 시간을 10분 정도 줄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거의 미디엄 웰 던이랍니다!
액젓 오이 소 불고기
엥? 이름이 뭐 이래?라고 생각되겠지만(사실 이름도 제가 막 지어냈습니다!), 액젓과 오이로 소불고기를 만들어봤습니다. 몇 년 전, 액젓과 오이로 소불고기를 만드는 레시피를 보고 마침 생각이 나서 만들어봤습니다. 정직하게 오이와 소고기 마늘, 액젓만 들어갑니다. 간장이나 굴소스 또는 MSG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고기 양념을 잴 때 제일 먼저 설탕으로 코팅을 해주면 고기가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무슨 고기 요리든 설탕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씹었을 때 부드러움의 맛에 큰 차이를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스테이크 먹고 남은 등심 한 조각을 먹기 좋게 잘게 잘라주고, 마늘 4-5알을 갈아서 넣어주고, 파도 잘게 썰어서 넣은 후, 후추 조금, 매실액 1T, 액젓 두 숟가락 반 정도 넣고 잘 버무려 주면 끝납니다. 양념은 30분 정도만 재워두어도 충분히 양념이 잘 베어 듭니다.
짧은 시간 안에 초스피드로 먹는 불고기다 보니 양념 시간을 길게 잡지 않아서 편리합니다.
오이를 얇게 썰고 소금을 반 수저 정도 넣고 오이 물이 나올 때까지 절여줍니다. 오이가 흐물흐물해지고 물이 한 수저 정도 나왔다면 흐르는 물에 오이를 씻어준 후, 키친 타올로 물을 꽉 짜줍니다! 물을 꽉 짜주어야 불고기 조릴 때 물이 많이 안 나옵니다. 그리고 소금에 절인 오이는 상당히 짜기 때문에 물에 꼭 헹궈주는 것이 좋습니다.
달군 팬에 액젓으로만 양념 한 소고기를 넣고 잘 익혀줍니다. 소고기가 다 익었을 즈음에 물 꽉 짠 오이를 넣고 30초 정도 같이 볶은 후,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로 마무리해주면 끝입니다. :)
하루정도 냉장고에 재워둔 후 볶으니 국물이 제법 생기네요! 이 조리법의 소불고기 양념은 액젓에 30분간 재운 후 신속히 먹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면 물이 절대 많이 안 생깁니다!)
소고기 양념을 할 때 일부러 소금 간을 안 해줬는데요, 그 이유는 오이가 충분히 짭짤해서 고기와 함께 먹을 때 간이 충분히 된답니다. 만약 오이를 싫어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이를 빼고 조리해도 무관합니다!
이게 보통 저희 집에 차려지는 한식 모습입니다. 식탁 위에 맵거나 김치가 올라가는 한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 집 양반이 그 두 가지를 못 먹어서 많이 중화해서 준비하다 보니 항상 뭔가 독특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오늘도 국적 불문의 요리가 탄생했다~!'라고 저의 요리를 소개한답니다. :)
오늘의 액젓 오이 소불고기의 킥은 계란 노른자더라고요~ 불고기를 노른자에 찍어 먹으니 부드럽고 고소하고 잘 어울립니다. 액젓으로 간을 하니 고기의 맛이 깔끔하고 적당히 짭짤함을 잘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간장보다는 액젓으로 자주 간을 해서 먹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소심히 추천해봅니다. :)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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