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life

3월 마지막 내린 눈

by simplicity 2022. 4. 1.

3월 마지막 날 눈이 내렸습니다. 

알게 모르게 겨울과 봄끼리의 계절 싸움이 치열한 듯합니다. 하루는 따뜻했다가 하루는 엄청 추웠다가 경쟁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춥기는 마찬가지지만 오래간만에 눈을 보니 또 반갑습니다. 

집과-도로에-흰눈이-쌓인-모습
3월 마지막날 내린 눈

 

제가 생각해도 웃긴 건 지난달까지만 해도 [눈아! 눈아! 제발 멈춰다오!]라고 하늘에다가 빌었는데 막상 3월 중순부터 서서히 날씨도 풀리고 비만 내리니 서운했나 봅니다.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되어서도 눈 구경 제대로 안 해보고 살았었고, 미국에서도 쭉 아파트에서 살아와서 눈이 낭만적이라 생각한 바보였으니~또 단 한 번도 직접 눈을 치워 본 적이 없어서 [집 앞에 눈을 치운다]는 그 노동 업무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그 노동의 후유증을 알고 나니 이번 겨울은 정말이지 눈을 즐기지도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흰 눈이-거리에-많이-쌓인-모습
지난달에 내린 눈! 삽질만 한 시간 ㅠㅠ

 

원래 미워하면 괜스레 더 정들고 섭섭한 감정이 들잖아요! 겨울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데크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보며 [설마, 오늘 하루 종일 눈 내릴 건 아니지?]라고 또다시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참, 날씨 때문에 감정이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입니다! 

데크에-흰눈이-쌓인-모습
아침에 눈뜨자 쌓인 눈 보고 놀란 가슴!

 

8년의 결혼 생활 와중에도 집안일 분배를 딱히 나누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시간이 되는 사람이 알아서 또는 같이 치우자! 라며 서로에게 자율성을 강조하며 살아왔습니다. 최대한 서로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며 살아가자는 의미로 집안일도 집안 행사도 과다하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눈떠 보니 청소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나였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저더라고요! 

 

자율성이라 말해서 자기 마음대로 뜻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약속과 규칙 속에서 자율적으로 일이 이뤄줘야 진정한 행복이 같이 따라온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지요! 

 

결국 8년 만에 늦었지만, 드디어 조금은 강한 어조로 집안일 분배 의견을 강하게 몰아세웠습니다. 아주 낙천적인 남편은 장난으로 받아치다가 굳은 얼굴의 제 모습을 보고 분위기 파악 후, 드디어 집안일 분배 합의서에 동의했습니다. 

 

[아직 팔이 아픈데~ 팔 다 나으면 할게!] 억울해하는 남편을 더 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쓰레기 버리는 업무는 평생 니 업무"라고 명명했지 말입니다. 🤣

 

쓰레기통을-들고-옮기는-남자-모습
쓰레기통 내놓는 남편님

 

3월에 내리는 마지막 눈과 함께 쓰레기통 내놓는 남편 사진을 블로그에 박제하며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너의 쓰레기통 치우는 모습을 알게 될 터이니 꾀부리지 말라고] 협박 아닌 용기를 보태줍니다.   

 

자율성에는 약속과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몸소 체험하며,

눈도 보고 소원 성취도 한 날이라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