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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한국에서 온 선물

by simplicity 2021. 11. 24.

이번에 친정엄마가 미국으로 물건들을 많이 챙겨서 보내주셨다. 부모님이 직접 농사지으며 타작한 깨와 참기름,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아 보내주신 선물들이 집에 도착했다.  

 

 

엄마의 선물

 

- 2주 전 -

 

엄마 : 뭐 필요한 거 없어? 꼭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봐 엄마가 보내줄게!

 

나 : 믹스커피랑 메밀차만 보내줘. 웬만한 건 다 있으니까 많이 안 보내줘도 돼. 

 

미국에서 살면서 믹스커피와 한국차가 왜 그리도 맛있고 그리운지 모르겠다. 특히 한국 차는 더욱 구하기 힘드니 생각이 나서 특별히 요청을 했다. 

 

 

- 시간이 흘러 2주 후 -

 

엄마 : 너 집에 없어? 부재중으로 미배달이라는데?  

 

나 : 그렇게 빨리 도착했다고? 내일 아침에 우체국 가서 택배 받아올게. 고마워 엄마 😍

 

다음날 아침 우체국으로 가서 택배를 받아왔다. 우체국에 택배 받으러 가는 날은 너무나도 설렌다. 뭐가 됐건 내 이름으로 선물이 도착한 것이니 기분이 좋고 떨린다. 

회색-건물-우체국-주차장에-차가-주차되어-보이는-모습
우체국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택배 상자를 열어보다가, 무언가 업그레이드된 택배 상자의 모습이 신기하다.

항상 택배 상자 손잡이가 없어서 박스 전체를 들고 옮겨야 하는 수고가 있었는데, 이번에 박스 양 옆면으로 손잡이 모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혼자서 들고 옮기기 아주 편하고 좋았다. 

갈색=택배박스-손잡이가-보이는-모습
손잡이

 

 

 

- 택배 개봉 -

 

택배를 열자마자 작은 나의 눈이 번쩍 뜨인다! 

 

나 : 무얼 이렇게 많이 보낸 거야? (입꼬리가 귀에서 안 내려온다)

 

사실 최근 택배비가 너무 비싸져서 택배를 받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졌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보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또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택배 안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보내준다면 고맙지만 미안한 양가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과하게 보낸 것 같아서 부담이 된다. 부모님께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새해 선물을 꼭 해드려야겠다 다짐해본다! 

택배박스-안에-물건들이-가득-들어있는-모습
택배

믹스커피와 메밀차는 요청한 것보다 세 배는 더 많이 왔고, 각종 장류와 카레 등도 있었다. 특히 부모님이 직접 짠 참기름과 깨, 고춧가루는 감동이었다. 

 

남편 : 참기름은 세관에 안 걸리고 잘 도착했네~ 정말 다행이다! 

 

나 : 이래 봬도 우리 엄마가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여길 봐! 테이프로 입구를 똘똘 감아놓은 거! 

 

라며 참기름 포장 상태를 확인해보며 한바탕 웃었다. 😁

 

나 : 이야~ 사위 먹으라고 쌈장 두 개나 보내셨네~ 

 

남편 : 쌈장 최고! 장모님 최고👍🏽

 

사실 남편은 한국의 장류 중에 '쌈장' 밖에 못 먹는다. 고추장, 된장, 김치는 입에 대질 않는 편이라 요리할 때 제약이 많다. 그래도 '쌈장이라도 먹어서 다행이지'라고 이제는 그냥 넘긴다. 

갈색-테이블-위에-식재료들이-진열되어-보이는-모습
식재료

 

얼마 전, 깍두기를 어떻게 담그는지 물어봤다가 엄마가 말하는 재료 반이 없었다. 태국 액젓으로 김치 담근다고 하니 이번에 '까나리 액젓'을 보내주셨다. 언제 한번 김치를 담아서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줘야겠다.  

 

 

엄마의 편지 

 

이렇게 엄마는 매 번 택배를 보내면서 손편지도 잊지 않고 꼭 써주신다. 무감각하게 편지를 읽다가 특히 가슴이 찡하고 뭉클한 부분이 있어 적어보았다.  

 

 

행복한 사람은 특별한 이유 없어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래!
사소함에 행복을 느끼며 항상 즐기며 살길 바래! 

 

 

세상에는 옮은 일이나 중요한 일이 많지만 그런 일들을 
행동으로 옮길 때 도에 지나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옳은 일이라도 지나치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살면서 엄마가 이렇게 감동의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몰랐었다. 이때껏 삶의 중심이 정말 '나' 위주로 살아왔었구나를 깨닫게 된다. 멀리 있어서 아쉽지만 그 덕분에 서로 보지 못한 장점들도 보게 되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것 같다. 

 

미국 생활 정착한다고 가족들을 안 본 지도 벌써 4년이 넘어간다. 내년에는 꼭 이 편지 들고 가서 같이 읽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

 

분홍색-매트위에-편지지와-편지봉투가-보이는-모습
편지지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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