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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일상로그] 아침부터 저녁까지 본 것들

by simplicity 2021. 11. 11.

아침과 오후 그리고 저녁 동안 바라본 평범하지만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일상 로그를 적어보았다. 

 

검은-하늘-금색-불빛-다리가-강물에-반사되어-비추어-보이는-모습
레비 파크 

 

오전 : 서쪽과 동쪽 사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약간 석양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출의 모습이다. 

 

오늘 아침 일찍 창문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자연에 대한 감탄의 말을 하며 시작한다. 정말 아쉬운 건 내가 3초만 더 일찍 카메라를 켰으면 더 붉은 태양 놀을 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해가 떠오르는 과정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이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우리 집의 방향은 정확하게 서쪽 방향이다. 그래서 건너편 동쪽 방향에서 해가 떠올라서 오전 내내 강렬한 햇빛이 집 창문을 통해 들어와 온 집안을 찜질방으로 만들다가 오후 즈음 해가 넘어간다. 사실 해가 떠오르고 지는 것에 대한 생각은 살면서 크게 의미를 두고 살진 않았다. 

 

하지만 뒤집고 생각해 보니, 시작하는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시작한다는 것은 무언가 가슴 벅찬 행운이었다. (사소한 것에 감동을 잘 받는 편!) 

 

예전에는 건물과 건물사이에 가려서 해를 볼 수 없거나, 바쁜 아침 정신없이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 주변을 둘러보기란 쉽지 않았다. 해가 쨍쨍하게 다 뜬 오후가 되어서야 '오늘 해가 강렬하네~'라는 쉰소리를 내뱉었다. 

 

이제야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으면 그날 하루의 마음가짐이 평소와 달라진다. 단, 하루치 밖에 약발 효과가 없어서 그렇지만! 

 

해가 완전히 뜬 걸 확인을 하고 기분 좋게 커피를 내리면서 하루를 활기차게 준비해 본다.  

 

붉고-푸른-하늘과-건물-나무-차-너머로-일출이-보이는-모습
일출

 

오후 : 담을 타는 다람쥐와 새 

 

요즘따라 다람쥐와 새들이 우리집 아파트 벽을 자주 타고 올라온다. 어느 날은 요놈들과 돌아가면서 '나 vs 새, 다람쥐' 이렇게 '벽' 하나를 두고 알 수 없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어두려고 하면 요놈들이 어떻게 알고 다 도망을 가서 증거 장면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정말 아무도 못 믿으시겠지만 새와 다람쥐는 벽돌을 기가막히게 잘 탄다. 

 

특히 새들이 아파트 벽돌 사이를 부리로 쪼아댈 때는 외벽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조금 된다. 새가 집 벽을 부리로 쪼기 시작한 이상한 현상은 올해 가을이 처음이다. (혹시 벽에 둥지를 만들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지 100년도 더 된 고등학교 건물이다 보니 새들이 자주 둥지를 튼다. 아파트 건물도 벽돌로 견고히 지은 옛날 건물이라서 새들의 은신처로는 딱인가 보다. (*아파트로 리모델링이 된지는 10년 조금 넘었다.) 

 

이 날 오후, 안방 창문 바로 앞에 다람쥐 한 마리가 바깥 창문틀에 앉아 창가 책상에 앉아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순간 얼음이 되고 다람쥐도 얼음이 되어 서로 바라보고 있다가 유유히 다른 방 창틀로 넘어가 버렸다. 

 

남편과 나는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밀면 미꾸라지같이 계속 도망 다니며 밀당하다가 유유히 날카로운 발톱으로 벽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스파이더맨 원조가 거미가 아닌 다람쥐가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의심을 해봤다!) 

 

한 시간 후, 안방 창문 앞 나무 위에 나타난 다람쥐는 나를 놀리듯 재주를 부리며 내려와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나무를-타고-내려오는-다람쥐가-보이는-모습
나무타는 다람쥐

 

저녁 : 요란한 물 속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다. 레비 파크 강둑을 지나가다가 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몸싸움을 하듯 큰 출렁임을 일으키며 점프를 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요란하고 횟수도 잦아서 겁이 나기까지 했다.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강둑 앞으로 좀 더 다가가 관찰을 해 보기로 했다. 그 순간 우리가 믿지 못할 광경을 직접 눈으로 발견을 했다. 불빛이 강하게 비추는 강둑 바로 앞, 수도 셀 수 없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작은 은빛 새끼 물고기 떼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가끔씩 물 위를 점프하는 물고기도 보인다. 사냥 중인가...?

 

다큐멘터리에서 어부들이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서 불빛으로 물고기를 유인하면,  배 주위로 몰려든 물고기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오는 영상을 봤던 기억과 오버랩이 되는 장면이었다. 강가에 이렇게나 많은 새끼 물고기가 마치 멸치처럼 헤엄치고 있다니... 

 

가로등이 시작되는 강부터 강 끝까지 온통 새끼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었다. 어떤 물고기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바다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물고기 떼 쇼를 평범한 강에서 발견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 하루만 특별히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매 년 일어나는 현상일 텐데 앞으로 레이더를 켜서 주변을 관심 있게 관찰해야겠다. 

 

녹색-강물-속에-헤엄치는-물고기떼가-보이는-모습
물고기떼

 

사진으로 봤을 때는 별 실감이 안나겠지만 강 끝에서 끝까지 이런 새끼 물고기 떼들이 퍼져있었다. 마치 한강 끝에서 끝까지 이런 물고기들이 떼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떠오르는 태양도 보고 다람쥐와 눈도 맞추고 은빛 물고기 떼도 만난 평범했지만 기이한 하루였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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