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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할로윈 호박을 찾아서

by simplicity 2021. 10. 26.

10월과 11월이 되면 마치 호박 축제가 열린 듯 여기저기에서 호박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의 눈에(외국인의 시선에서)는 신기하고 새로운 문화이다. 평소 호박을 잘 먹지 않지만, 이번 가을은 호박을 먹는 것에만 활용하지 않고 할로윈 데코레이션용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호박농장을 다녀와봤다. 

 

녹색-오렌지색-노란색-녹색-신기한-모양의-호박-모습
신기한 모양의 호박들

 

호박농장으로 가는 길

위스콘신 주에는 다양하고 신기한 농장들이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5분, 다리 하나 건너면 바로 위스콘신 주로 넘어간다. 같은 땅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주로 넘어갈 때마다 다른 풍경이 나오니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파란하늘-밭에-큰-건초가-둥글게-말려있는-모습
대형 밭

이곳에 농장이 많다는 건 농업을 종사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풍경 또한 농장이나 큰 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 많다. 위스콘신 주는 특히 치즈와 맥주가 유명하다 보니 사람들의 흥이나 미적 감각이 미네소타주보다는 훨씬 풍부한 것 같다. 

 

국도의 도로변 양 사이로 옥수수밭과 포도밭 등 다양한 대농장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을 지다 가다 보면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농장들이 한 블록 마디씩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의 눈을 확 사로잡는 한 농장이 나타난다. 농장 마당에 여러 다양한 호박만 전시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파란하늘-마른 나무가지-빨간색-농장-입구가-보이는-모습
농장입구 

 

호기심에 방문한 곳이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호박들을 이곳에서 보고 있으니 경이로웠다. 

네모상자-안에-호박들-동그란-탁자-위에-호박들이-판매되고-있는-모습
호박 판매 

진지하게 호박을 고르는 분들은 나이 드신 분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이나 가족들도 많이 찾아와 호박을 사거나 농장을 구경한다. 이곳의 농장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농작물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물건을 구경하고 사고 먹고 즐기는 놀이 문화의 공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빨간지붕-마당-앞-호박을-고르는-사람들-모습
호박 고르는 사람들

 

호박이 못생겼다는 편견!

 

"호박처럼 못생겼네"

어린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다. 사람들이 농담으로 애정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괜스레 이 말을 들으면 참 기분이 억울해지는 것 같고 심한 말처럼 들려서 오랫동안 토라져 있던 나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 이유일까? 오랜 시간 호박을 손절하고 못생긴 호박 먹으면 더 못생겨질 것 같아서 잘 먹지 않고 살아왔다. 사실 호박은 아무 죄가 없는데도 말이다. 

주황색-겉껍질이-울퉁불퉁-못생긴-호박이-진열된-모습
못생긴 호박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지~

비록 호박의 겉껍질 모습이 울퉁불퉁하고 두껍고 못생겨 보여도 호박은 영양가가 아주 높은 식품이다. 잎부터 씨까지 못 먹는 게 없는 이 기특한 호박을 사람들은 왜 외모로 비유해서 불렀을까? 

녹색-연노랑-도토리-모양-호박이-보이는-모습
에이콘(도토리) 호박

신데렐라 호박마차

디즈니 만화 신데렐라에서 마녀가 마당에 굴러다니는 호박을 마차로 변신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디즈니는 호박의 미학을 알아채고 그린 것일까? 아님 호박이 못생긴 걸 알기에 변신을 시켜준 것일까? 과정이야 어쨌든 호박마차는 신데렐라의 신분을 더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도구가 되었고 결국에는 왕자와 인연을 맺게 해 준 셈이니, 호박은 못생기지도 해로운 것도 아닌 것이다. 

잡초-위-주황색-큰-둥근-모양의-신데렐라-호박이-보이는-모습
신데렐라 호박

색깔도 모양도 다양하다. 

호박의 이름도 신기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결정을 못한 채 이것저것 만져보고 들어 본다. 호박 겉껍질에 곰보같이 붙은 호박은 왠지 정이 안 간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데.. 오히려 이 호박이 더 맛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둥근-탁자-위에-연주황색-곰보모양-호박이-진열되어-있는-모습
곰보 호박

 

 

대용량 호박들

호박의 크기가 내 머리의 세배다. 이렇게 큰 호박을 생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다. 게다가 흰색 호박이라니.. 

큰-나무-수레차-위에-놓인-커다란-하얀-호박이-진열된-모습
흰색 호박

 

얼핏 보면 수박 같기도 하고..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 된다더니.. 정말 호박이 수박 같아 보이기도 하다. 청옥색의 이 호박이 마음에 든다. 

둥근-탁자-위에-녹색-호박이-진열된-모습
수박 호박

 

할러윈 호박을 찾아서 

 

농장 뒤편에는 할로윈을 즐길 수 있는 포토라인이 있다. 입구에 멋지게 세워진 오래된 콜렉터 카가 눈에 띈다. 미국에는 이런 오래된 콜렉터 카를 소장하거나 클래식 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남색-트럭차-앞에-노란꽃-분홍꽃-갈색-갈대가-진열된-모습
콜렉터 카

 

허수아비와 프랑켄슈타인이 호박을 골라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허수아비 밑 호박은 정말 수박 같아 보이기까지 하다. 어린 아기들은 호박을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고 부모들은 그 장면을 사진을 담는다. 참 별 거 아닌 장면인데도 마음이 따뜻하게 울림이 온다.  

파란모자-빨간바지-검정까마귀가-그려진-허수아비-모습
허수아비와 프랑켄슈타인 

 

할로윈 이벤트 도전

이번 할로윈 이벤트는 집에서 호박 속을 파서 모양을 만드는 잭 오 랜턴(Jack-O'-Lantern)을 만들 계획이다. 벌써부터 어떤 모양을 만들지, 성공할지? 실패할지? 기대가 된다. 마음에 드는 크기의 호박을 손으로 들어보고 재어본 후 적당한 것을 골랐다. 

잔디 밭-위에-주황색-큰-호박들이-일렬로-정렬된-모습
호박 고르기 

 

대형 해바라기 씨 

농장 정원에 환하게 알록달록 피어있는 꽃 속에 우뚝 솟아 오른 해바라기 꽃이 눈에 띈다. 자세히 바라보니 해바라기 씨가 엄청 크다. 원래 이렇게 씨가 컸었나? 이것이 미쿡 클라스인가? 어딜 가도 무얼 봐도 다 크다. 커도 너무 커서 조금 징그럽기까지 하다.  

녹색 잎-노란색-검정색-연두색-해바라기-커다란-씨가-보이는-모습
해바라기

 

내가 고른 호박 

다양한 호박들을 구경하고 고른 나의 호박들!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은 '잭 오 랜턴'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긴장된다. 할로윈이라고 별 것 없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작은 이벤트 하나하나 소소하게 만들어나간다면 즐거운 기억과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테이블 위-주황색 호박-노란-길쭉한-호박-녹색-호박이-놓인-모습
 호박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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