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큰 이벤트 없이 무난하게 평온하게 주말을 보낼 거라 예상했던 오전과 달리, 오후에는 갑작스러운 무모한 도전으로 인해 주말 오후 내내 근육통을 시달리며 보내야 했다.
프랑스 아저씨의 크레이프
아침햇살이 강렬하다. 강렬하다 못해 집 안을 사우나로 만들 정도로 달구워 오전 일찍 밖을 나섰다.
주간지에서 10월 마지막 주 주말, 야외에서 진행하는 파머스 마켓이 마지막으로 진행된다고 방문해보라는 홍보문구에 홀린 듯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사람들이 북적이고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인기많고 눈에 띄는 곳은 두 부부가 프랑스 크레이프를 팔고 있었다. 외국인 엑센트 영어를 구사하는프랑스 아저씨의 재미있는 말에 홀려 크레이프를 주문했다.
주문하고 20분이나 기다린 후 먹어보니 크레이프의 맛은 달달하니 맛있었다.
무모한 도전
크레이프를 먹고 난 후, 남편이 뜬금없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화이트워터 주립공원(Whitewater State Park)으로 가자고 했다.
주립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휑한 주차장에 갑자기 세우며 '뷰 보기 좋은 곳'이라고 1000개도 넘는 계단으로 산 꼭대기까지 느닷없이 올라가자고 한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을 올라갔을 때부터 직감했다. 이 몸뚱아리는 내일 고장 날 거라는 불길한 예감!
롤러코스터나 무서운 놀이 기구를 타는 것에 대한 공포는 없지만, 계단에 대한 공포가 심한 편이다. 산행을 좋아하지만 산행 중 만나는 계단에서 산행을 포기한 적이 많을 정도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ㅠ 거의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사족보행을 하며 울다시피 정상에 올라왔는데, 더 무시무시한 또 다른 계단이 나타났다!
"남편 : 정말 진정한 뷰를 보려면 이 철제 계단 탑을 올라가야 돼!"
"나 : 🤮😱(말도 안 나옴)"
천 개의 계단도 모자라 철제 계단 탑까지? 확인해보니 철제 계단 걸을 때마다 삐그덕거리며 흔들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곳의 뷰는 너가 보고 싶어서 오자고 한 것이 아니니, 도전 하고 싶은 너 혼자 올라가라고 등을 떠밀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계단에서 내려와 쉬고 있는 노부부 할아버지가 '우리가 도전하나? 안 하나? 은근 도발 멘트를 던지셔서' 포기하려던 남편도 하는 수 없이 올라갔다~ ㅋㅋ
뷰는 얻었지만 몸은 망가졌다.
계단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간 남편이 지상으로 내려오자 숨을 '헐떡헐떡'인다. '너무 무서웠어ㅠ'라고 떨리듯 얘기하는 남편의 몸이 진동하듯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남편이 성공하나? 안하나? 맴돌며 지켜보던 노부부도 확인 후, 그제야 발을 떼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
뭐야? 아무 산이나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뷰잖아!!!
어찌 되었던 올라가서 얻은 뷰는 좋았지만, 정말 이것 때문에 몸을 혹사하다니... 후회가 밀려온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남편은 어깨부터 다리까지 근육통이 심하게 와서 나의 부축이 아니고서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
오전처럼 달달하게 하루를 보낼 것 같았던 이날 하루는, 뜬금없이 천 개의 가파른 계단을 사족으로 오르내리는 기이한 주말을 보내며 천천히 열을 삭히며 보냈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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