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남편에게 직접 동의를 구하고 작성한 글입니다!
남편 보물 1호
한국에서 남편과 연애/결혼기간 동안 알고 있는 사실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9년간 한국에서 살며 외로움을 늘 영화로 달래는 남편이었기에, 위로하며 그의 취미를 진심 응원해줬다.
그런데 미국으로 들어오고 난 후(결혼 5년 차)에 남편의 진정한 취미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것은 초등학생들이나 모을 법한 포켓몬 카드 같은 것인데, 바로
"스타워즈/스타트랙" 카드였다!
그동안 그렇게 오랜 시간 본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박스가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몇십 개나 되는(그것도 전부 똑같은) 수천 장의 카드를 수집해 두셨다.
남편 : 전부 다 다른 카드라고~ 절대 절대 절대! 똑같지 않다고~
저 말은 순전 거짓말이다.
다 똑같은 카드들이다.
객관적으로 누구나가 봐도 똑같은 카드라고 할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카드를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사서 모았다고 한다.
카드의 기능과 레벨 등 어떻게 싸우는지에 대해 나에게 설명해주는 그대를 바라볼 때마다 낯선 감정이 오간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직 본가에서 찾지 못한 카드 박스가 더 있다고 한다..
취미로 시작하는 아침
- 지지난 주 일요일 아침 -
남편 : 우리집에 콘플라워(옥수수가루) 있어?
나 : 콘플라워는 없고 콘스타치(옥수수 녹말)는 있지!
남편 : 어 그것도 괜찮아~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콘스타치를 찾아다 주었다.
남편 : 땡큐~
잠시 후, 서랍장 안에서 일회용 봉투를 꺼내서 콘스타치 한 스푼을 넣는 남편!
뭔가 수상하지만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잠시 후, 방에 들어가 비밀의 가방에서 박스 몇 개를 들고 나온 남편!
그러더니 스타트랙 카드 몇 장을 꺼낸 후, 가루가 든 봉투 안에 넣고 살살 비비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 : 봉투에 콘스타치를 넣고 카드를 문대 주면 스크래치 같은 걸 없앨 수 있대!
나 : 오~ 드디어 이베이(ebay)에 팔려고?!
남편 : 아니 그냥 청소하는 건데?
몬산다 정말!!!
안경 닦는 부드러운 천으로 정성스레
카드와 박스를 문대는 남편!
우리 집도 이렇게 정성껏 청소해주면 안 되겠니??!!
천장 위로 카드를 올려보며 꼼꼼히 스크래치를 확인한다.
두-세장 정도 청소를 하고는 만족해하는 남편이다!
나 : 벌써 청소 끝이야? 왜 몇 장만하는 거야?
남편 : 전부 다 청소하면 귀찮아~ 다음에 또 하면 돼!
나 : 으이구~ 내년에 정말 이베이에 올려서 다 팔아버릴 거야!!
알고 보니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카드는 보통은 만원에서 이만 원 이하에 팔리지만,
인기 캐릭터 카드는 장 당, 십만 원~오십만 원 사이로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카드 하나에 이런 큰 가치가 있다니!
요즘은 또 생산되지 않아서 희귀 카드 템이라 한다!
이제는 떠내 보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추억이 깃든 것들이라 내다 팔 마음이 1도 없는 남편이다!
각 카드들은 플라스틱 봉투(약간 두꺼운 사이즈)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내가 막 집어 올리자, 질색하며 카드 집는 방법을 알려준다.
남편 : 조심스럽게 양 사이드를 잡고 올려야 돼! 이 카드들은 모두 가치가 있는 카드들이라고!!
나 : 그럼 이거 팔 거야?
남편 : 음~ 모르겠어.. 요즘 가격이 다시 내려갔단 말이지..
.. 결국 안 팔겠다는 말이다!
*
그렇게 카드 청소 후 콘스타치 봉투는 구석에 방치한 채, 소파로 돌아가 카드를 또 만지작 거린다.
카드만 보고 있으면 세상 해맑은 남편을 보고 어린 왕자라 표현해야 맞을까요?
그런데 남편아 ~ 영화 수집은 괜찮지만 스타워즈 카드 수집은 조금 부끄러웠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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