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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신기한 서점에서 받은 생뚱맞은 책 선물

by simplicity 2022. 7. 12.

미네소타주 굿휴 카운티에 있는 '레드윙(Red Wing)'이라는 작은 관광도시에 있는 작은 인디서점을 방문했다가 몽롱한 기분을 받은 경험담 이야기입니다. 

서점-책을-사는-고객
레드윙의 인디서점

 

서점 여주인과 고객의 대화 

지난 주말, 락체스터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관광도시 레드윙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나중에 레드윙이라는 도시에 대해 포스팅을 따로 올릴 예정이지만, 오늘의 포스팅은 마지막 일정에 방문한 신기하고 오묘한 느낌을 받은 서점에 대해서 먼저 포스팅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가장 최근의 기억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니까요! 

 

우리 집 양반과 저는 어느 도시에 가든 서점 방문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열심히 인터넷 서치를 하던 중, 평이 아주 좋은 서점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저희는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보통 인디 서점이다 보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서 가볍게 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선 순간, 잘못 들어온 것 같다는 예감이 확 옵니다! 

 

키도 크고 마른, 얼핏 보면 여자인 듯 남자인 듯한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여주인이 '웃음기 없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이곳 서점 방문이 처음인지 아닌지를 묻습니다. 그러더니 이 서점은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책을 공짜로 선물을' 주는 게 전통이라면서 자신과 먼저 이야기한 한 후 책을 둘러보라고 기다리라는 거죠! 그것도 겁나 진지한 얼굴로 정말 무섭게 말이죠~!

책-진열대-분홍색-의자
들킬까봐 급하게 찍어서 흔들린 화질

 

우리는 그렇게 기다리며 여주인이 다른 고객의 결제를 도와주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목소리 주인공이 주인과 고객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라고 무심히 고객의 얼굴을 쳐다보니, 고객이 트랜스젠더였습니다. 우와~ 얼굴과 몸 그리고 드레스까지도 여자로 바뀌었지만, 바꾸지 못한 건 목소리였죠! 목소리가 생각보다 걸걸해서 깜짝 놀랐지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신기해서 흘끗 흘끗 쳐다보는데, 그분도 우리를 흘끗 쳐다 보더라고요~ 

 

그 고객과 여주인이 나누는 대화를 잠시 들어보니, 그 트랜스젠더분은 세인트폴에서(미네소타 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합니다. 학교에서 '넌 바이너리(Non-binary)'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고 불라 불라 불라~ 소개를 하는데 끝에는 못 알아먹고 놓쳤지 말입니다. 

 

여주인과 고객을 보면서 정말 별 거 아닌 대화들을 아주 진지하게 나누는 분위기가 오묘하면서도 왠지 우리 둘은 이곳에 오면 안 될 곳을 왔다~~~ 는 느낌에 압도를 당합니다. 금방이라도 나가고 싶지만, 여주인과 대면 후에야 나갈 수 있으니 정말 심장이 쫀득쫀득해져 왔습니다. 

넌 바이너리(Non-binary) : 기존의 이분법적인 남성 ・ 여성 구분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넌 바이너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남성 또는 여성으로 규정하지 않으며, 그(He), 그녀(She) 대신 ‘그들(They)’이라는 표현을 쓴다. ‘They’는 ‘넌 바이너리 한 명의 사람’을 일컫는 뜻으로, 2019년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며,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다음 백과]

 

서점 여주인이 추천해준 공짜 책 

 

트랜스젠터 고객이 나가고 여주인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진지한 얼굴로 다짜고짜 우리 집 양반에게 이런 개인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여주인 : 어떤 취향의 장르 책들을 좋아하나요? 

 

우리 집 양반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살짝 당황하더니 사이파이 책이나, 고전 책을 좋아한다고 얼버무립니다. 그러더니, 주인이 저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저에겐 질문을 안 할거라고 무심코 있다가 코베인 저는 생뚱맞게 이렇게 질러버립니다. ㅋㅋ 

 

나 : 드.. 드라마요! (드라마라니!!! ㅋㅋ)

 

그렇게 드디어 여주인의 심문 통과가 끝난 후 자유롭게 책을 구경하던 와중에 다시 또 여주인이 저희에게 다가옵니다. 긴장과 압박 심문을 통해 도출해낸 드디어 저희에게 맞는 책을 선별해서 각 한 권씩 쥐어 주며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여주인 : 당신들이 찾는 사이파이나 판타지 책은 저기 안 쪽에 있어요! 

 

네~그렇습니다~ 저희는 금방이라도 나가고 싶어서 입구 쪽 진열대에서 요리책을 구경 중이었거든요~ ㅋㅋ 

 

결국 서점 안쪽으로 들어가서 책을 더 구경하는 척하다가 양반과 저는 눈 사인을 주고받은 후 나가려 하는데, 막상 발을 쉽게 떼지 못하고 서성였습니다(들어오는 건 자유이나 나가는 건 쉽지 않은 곳이었죠!). 그런데 아까 결제하고 나갔던 트랜스젠더 고객이 다시 또 들어와 입구 구석에서 서점 안쪽을 흘끔 쳐다보고 있지 말입니다. 순간 우리를 감시하러 다시 들어왔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계속 저희 쪽을 향해 책을 보는 척 훔쳐보는 게 너무 웃기더라고요~  ㅋㅋ (정말 이 장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드디어 우리 집 양반이 용기를 내서 몇 시에 문 닫냐는(?) 질문을 한 후, 둘러보고 다시 또 오겠다고 말하고 간신히 나왔습니다. 네~여전히 여주인은 웃음기 없는 무표정으로 그러라는 떨떠름한 말과 함께 말이죠! 

 

진땀 나는 신기한 서점 탈출에 성공한 저희는 그제야 여주인이 건네 준 책을 차 안에서 제대로 보는데, 우리는 겁나 웃었지 말입니다. 아주 유명한 베스트셀러 책이라고 설명한 책은 이름도 내용도 아주 오래된 책인 데다 결정적으로 우리 취향과 정반대라는 것이죠!  ㅋㅋ

빨간색-오랜지색-책-표지-두권
(왼쪽) 우리집 양반에게 추천한 책 / (오른쪽) 나에게 추천한 책

 

진지한 질문은 그냥 있어 보이는 것이었고, 실상은 서점에 폐기할 책을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오늘의 깨달음 : 공짜 책이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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