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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이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에 가서 오래된 물건 구입하기

by simplicity 2021. 8. 29.

처음 이스테이트 세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땅이나 집을 파는 부동산업의 일종인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국에서는 가족 중 사망(보통 할머니/할아버지 등)하거나 또는 유족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 집이 오래 방치되었을 경우 시에서 직접 나서서 유품을 모아 판매하는 걸 이스테이트 세일이라고 한다. 

남편 말로는 커플이 이혼한 경우에도 이스테이트 세일을 열수도 있지만 드물다고 한다. 보통은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정리하여 세일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스테이트 세일은 우리 나라에서는 없는 아주 희귀한 이벤트인 것 같다. 보통 유족의 물품은 유족이 알아서 나눠 가지거나 처리를 하지, 판매를 하거나 거래를 한다는 건 고인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사회적 인식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고인이 쓴 물건들을 모두 모은 후 가격 표(Price tag)를 붙여 저렴한 가격에서부터 고가의 금액까지 한 때 한 사람이 생전에 사용했었던 물건들을 모두 판매한다. 마음 한 편에선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했지만, 구매자와 판매자의 가격 흥정하는 표정을 보는 순간 내가 너무나도 감성적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숟가락부터 식기류, 옷, 액세서리, 정원 물품 등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온 집 안 곳곳에 전시되어 판매하고 있었다. 속옷과 양말 빼고는 다 파는 것 같았다.

 

이스테이트 세일을 찾아가는 방법은 1.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갓 길에 손으로 쓴 큰 팻말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가거나(보통 주말에 자주 열린다.)  2. 이스테이트 세일 어플을 검색하여 찾을 수 있다.(굳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플을 사용한다하니 그 사실에 놀랐다.)

보통 오래된 엔틱 용품들이 많아서 엔틱을 정말 좋아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쇼핑하는 '꾼'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엔틱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미국에서 굉장히 인상깊었던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엔틱(오래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정말 많고, 골드러시(Gold rush) 즉, 엔틱 물건만 판매하는 축제가 일 년에 한두 번 큰 규모로 열릴 정도이니 미국인들의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 물품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 같다. 나의 입장에서는 '이런 걸 왜 사?'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오래된 농기구부터 녹슨 철 등 모두 비싼 값에 팔린다 하니 어디 별나라에 온 것 같다. 

 

우리도 처음으로 이스테이트 세일 사인을 보고 한번 방문해보았다. 

앞마당에서 뒷 마당까지 끊임없이 전시되어 있는 이스테이트 세일을 소개해본다. 

 


 

Rainbow Estate Sales

 

평소 산책을 다니면서 '저 벽돌집이 이쁘지 않아?'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도착하니 이스테이트 세일이 열린다고 하니 기분이 오묘했다. 왜냐하면 집 안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방치된 집으로 내부가 낡아 있는 모습에서 집의 역사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다이닝 룸에 펼쳐진 물건들 

 

첫 분위기는 내가 엔틱 가게에 방문한건지, 가정집에 들어간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위노나에는 100년도 넘은 오래된 집과 건물이 많다. 그래서 외관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고풍스럽고 멋져 보이지만, 내부는 상당히 오래되어 있어 박물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젠 나도 몇 세기에 지어진 건물인지 언뜻 알아맞힐 정도로 눈치가 생겼다. 

이 집은 흡사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와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적어도 1800년도 말이거나 1900년도 초로 추정된다. (나의 개인적 추측일 뿐 진실은 아님!)

 

오래된 그릇과 커트러리 세트

 

가구며, 의자, 식기류, 컷트러리 등 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여져 있다. 그릇들은 보통 세트로 $250~$300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물건의 나이에 비해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화려한 색감의 악세사리들 

 

화려한 악세사리들도 판매를 하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가격대와 비슷해 조금 놀랐다. 

 

센터 파이어 피스톨 카트리지스

이것이 무엇인고? 하고 궁금해서 봤더니 총알탄이었다. 아주 옛날에 사용한 작은 권총용 총알탄인 듯하다. 신기해서 사진으로만 담았다. 

 

[잠시 삼천포] 아, 실제로 엔틱 축제에 가면 오래된 군용 총이나 사냥총 등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한 총과 총알을 전시 판매한다. 미국인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들의 총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오래된 가정기구들

 

오래된 가정용품들도 모두 내놓고 판매를 하고 있다. 세월의 때가 묻어나 보인다. 

 

혼재의 거실 

 

거실은 물건들로 어지럽게 널부러져있다. 거실 카펫 빼고는 모두 다 판매를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돌이나 남은 천도 판매를 하고 있다. 

 

화덕난로와 물건들

가정용 화덕이 집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 찍어두었다. 요즘은 가정에서 대체로 전기 벽난로를 쓰는 추세인데, 여기에는 화덕난로가 있어 반가워 찍어보았다. 

 

여기가 어디인가요?

 

화장실과 욕실에도 물건들이 들어와 있있다. 물건을 쭉 나열해서 판매를 해야 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재미있고 신선하고 이색적이었다. 

 

차고에 진열된 물건들 

 

뒷마당 차고지로 나가면 더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스키장비, 신발, 농기류 등 잡동사니가 모여 있다. 

나도 이 곳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많아 몇 가지 사고 싶었지만, 남편의 만류로 몇 가지만 골랐다. 

 

드레서 위 인형

 

미국 가정집이나 엔틱가게에 가면 흔히 보이는 저 인형! 여기에서도 존재하고 있있다. ㅎㅎ

약간 나이드신 분들이 추억으로 생각하시는지 저 인형을 많이 모으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의 하울(Haul)

오늘의 하울; 

액자에 장식하면 좋을 것 같아서 모네 포스터와 디저트용 컵을 각 1달러에 구입하고, 작은 꽃 유리병은 50센트에 구입했다. 총 2달러 50센트, 3천 원 정도의 금액으로 구입한 오늘의 쇼핑에 만족한다. 

 


 

집 안 곳곳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한 사람이 살아 온 역사를 탐방한 것 같았다.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어디로 여행을 다녔었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 등 물건을 통해 조금 유추해 볼 수 있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돌아서며 생각했던 것은 미국에서는 어떤 물건을 팔아도 팔린다는 생각이 되었다. 판매자의 말로는 오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좋은 물건은 다 휩쓸고 갔다고 하니 놀라웠다. 

 

항상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지,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물건을 살 때 신중하게 고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나의 물건 잔치에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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