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식후에 부모님이 꼭 챙겨 드시던 믹스커피!
달달 구리 한 커피 향이 코를 즐겁게 해 줬던 기억이 난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입문한 시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피는 늘 향으로 취한다는 기분을 받았다.
특히 비가 오는 날 믹스 커피 한잔이 주는 남다른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믹스커피를 주로 마시다가 이후 아메리카노를 접한 후 믹스커피와는 손절을 했다.
뭔가 럭셔리하고 있어보이는 커피 이름들과 처음 접해 본 그 맛은 신세계를 경험한 것과 같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믹스커피는 기억 속 뒤 안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이민을 오고 난 이후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이 믹스커피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축축해진 나무와 거리를 보고 있으면 뭔가 달달한 것이 필요했다.
아마 기억 저편에 '비오는 날=믹스커피'라는 좋은 기억이 심어져 향수로 일어난 것 같다.
그래서 친정엄마가 보내 준 믹스커피는 아껴두고 쟁여두었다가 비 오는 날 하나 뜯어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원래 비 보다는 눈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대구에는 눈이 잘 내리지 않아 눈이 내리는 날엔 똥개마냥 좋아했었다.
하지만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리는 미네소타에서 살다보니 길고 긴 우울한 겨울이 결코 반갑지 않게 되었다. 눈이 내려서 쌓일 때는 이쁘지만, 이후 진창으로 바뀐 도시의 모습을 보면 매력이 반감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름과 여름비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촉촉하게 젖은 푸르른 나뭇잎을 바라보며 마시는 믹스 커피 한 잔!
커피를 마시는 건지, 추억을 마시는 건지 마냥 센티해진다.
믹스커피의 장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1. 정량으로 포장이 되어 적당한 양을 마시기 좋다.
2. 적당한 당은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3. 차게 먹어도 뜨겁게 먹어도 모두 매력이 있다.
4. 원두 커피 갈아서 내리기 귀찮을 때 간단히 봉투만 뜯은 후 물만 부으면 끝!
5. 비오고 추운 날 마시면 금방 몸을 데워준다.
6. 추억의 향수를 마시는 타임머신과도 같다.
등등... 나열하면 예찬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번 주 내내 가을을 재촉하는 마지막 여름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여름을 보내기 싫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 없이 창 밖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
당연히 믹스커피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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