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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이야기 하다/생각정리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

by simplicity 2021. 8. 21.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내쉬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편 자리에 앉은 동료가 또 한숨을 몰아 쉬는 나를 향해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말투로 "심장이 안 좋은 것 아니야? 병원에 가서 체크해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숨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슴이 답답해 숨을 쉬는 게 불편하기 시작하다고 의식적으로 깨닫기 시작한 이후, 숨을 쉴 때마다 숨을 꾹 참아 속으로 삼키는 연습을 했었다.  

 

정말 내 심장이 고장이 난 걸까? 한숨은 왜 자꾸 눈치 없이 계속 세어 나오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의 바쁜 업무로 인해 한 달간 요가 수업을 대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요가는 무조건 사지를 째는 운동으로만 생각했다.

 

 

요가 시작 1~2주는 요가 용어가 외계어 같고 동작들이 춤 같기도 같아 어렵게 느껴졌다.  

3주 차가 되었을 때 이제 적응이 좀 되어 재미가 있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4주 차에 접어들었을 때 내가 왜 숨을 잘 못 쉬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요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호흡조절, 숨쉬기이다. 

 

"숨을 깊이 들이 쉬었다가 내 쉴 때 크게 소리 내어 '후'" 

 가슴 속에 갇혀두었던 모든 공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가슴이 찌릿찌릿 아프기까지 했다. 

그동안 난 제대로 숨을 쉬고 산다고 생각해왔지만 올바르게 숨을 내 쉬는 방법을 모른 채 살아왔었던 것이다. 

 


4주간의 짧은 강습이 아쉬워 미국 출국 전까지 한 달을 더 연장해 수업을 들었었다. 

미국 생활 6개월이 지난 후,  숨쉬기 장애가 다시 찾아와 요가 스튜디오를 찾아 안정을 찾고 있는 중이다. 

 

호흡과 명상으로 인해 나의 한숨의 의미를 자각할 수 있었다. 

고집불통인 나의 모습과 이민 준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예측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걱정 덩이리들이 가슴팍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요가가 아니었다면 나는 끝까지 내가 심장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살았을 것 같다. 

 


요가는 몸을 유연하게 쓰는 방법, 호흡하는 방법, 생각을 비우는 방법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지금도 매일 한 시간씩 요가를 하며 명상과 호흡에 더 긴 시간을 두어 호흡 조절과 생각 비우기 작업을 하며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불필요한 감정과 과거의 불편한 감정들을 왜곡하지 않고 직면하여 보는 훈련에 도움이 된다.  

 

매일 요가를 한다고 해서 내 몸이 유연해진 건 아니다. 애초부터 유연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더 뻗뻗해지고 요통도 잦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더 호흡에 집중하고 천천히 움직여 몸의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내 몸의 한계와 무계를 알고 한 동작 한 동작 조심스럽게 이어나가는 연습을 한다. 

 

요가를 통해 화려함 보다는 내면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감정들을 물 위에 올려놓듯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었다. 

 

열등과 불만으로 가득 찬 지난 나의 감정들을 알아차리게 하고,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요가. 

 

이것이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이다. 

 

 

몸을-접어서-보이는-요가동작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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