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하나에 너무나도 센티한 하루입니다. 제가 빨래를 하면서 겪은 생각들을 정리하여 기록해봤습니다.
안개 낀 오전
새벽부터 안개가 짙게 내리 깔렸다.
큰 강 옆에 사는 지역 치고는 안개가 잘 안 끼는 편이지만,
한번 안개가 짙게 내리면
꽤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고 앞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조금 더 긴장이 되는 날이다.
정말 별 일은 아니지만,
코인 빨래방에 혼자 이불 빨래를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빨래가 뭐가 힘들다고?
한국에서 살 때 남편 입의 대변인이 '나'였듯이
미국에서 나의 입의 대변인은 '남편'이다.
그래서 없으면 무언가 불안하다.
소통이 안 되어서라기 보다
그냥 든든한 보디가드가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늘 항상 뒤로 숨는 편은 아니다.
독립성이 강한 편이라(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웬만해서는 부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런데 왜? 빨래방은 혼자 가기 싫은 걸까?
아마 빨래 부피가 커서?
동전 계산이 미숙해서?
.
.
딱히 이유도 없다.
그저 두 시간을 혼자서 오롯이 기다려야 되니
말동무가 필요해서 그런 것 같다.
매주 수요일은 40% 세일을 해서
그 40% 세일 혜택을 보기 위해
귀찮음을 무릅쓰고
아침부터 단단히 각오를 하고 빨래방을 나선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빨래를 하러 나와 조금 놀랐다.
사실 빨래는 6개월 전에 했었어야 했는데,
(겨울 이불 빨래다 보니...;;;)
미루다 미루다 결국 이제야 하게 되었다. 😅
한쪽에는 통화하느라 바쁜 사람.
한쪽에는 산더미 같은 빨래를 쌓아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빨래 개는 사람.
또 다른 한쪽에는 애완견 대왕 쿠션을 빨래통에
구겨 넣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개는 작던데...)
각자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긴장을 풀고
큰 빨래통에 겨울 이불을 구겨 넣고
대망의 동전을 넣는다! 실수해서 더 넣지 말자고!!
띠리링~
서운하게 너무 잘 된다.
도대체 왜 긴장한 거니?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세탁과 건조!
그렇게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세탁을 다했다.
부피 큰 이불을 촥촥! 개어서 세탁방을 나섰다.
***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리스트가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미숙해서라기보다는 용기가 없어서 그동안 안 했었나 봅니다.
도전하거나 배우는 것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또한 변화될 거라 기대합니다.
앞으로 더 혼자서 할 수 있는 리스트를 늘려서
블로그에 포스팅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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