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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눈물의 이사 에피소드 - 마지막

by simplicity 2022. 1. 9.

이삿짐 정리하자마자, 한국의 가족들에게 집 투어를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생의 말에 빵 터졌습니다. 

 

동생 : 언니는 미국으로 이민 갈 때도 정신없이 떠나더니(실제 표현은 '미친x 널뛰듯이'), 미국에서 이사조차도 정신없이 이사를 하냐?

 

맞습니다!

아무리 오랜 기간 동안 만반의 준비를 해도, 항상 한 두 개씩 일이 꼬여서 늘 쫓기듯이 급하게 떠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노마드'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제 체구는 작지만, 항상 제 몸집보다 훨씬 큰일이 주어질 때면 피하기보다 부딪히는 걸 선택하는 편입니다. 

마지막 남은 이사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잘 이겨내고 다행히 시부모님 도움으로 잘 마무리 한, 눈물의 이사 마지막 에피소드 이야기입니다. 

 

◤ 붕대를 감고 돌아온 남편 ◢

 

밤 10시가 넘어서야 남편과 시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팔을 임시로 붕대를 감은 채 나타났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파란색-팔-보호대를-장치하고-있는-모습
팔 보호대를 하고 나타난 남편

 

다행히 팔 전체가 부러지거나 손상되지는 않았고 

팔꿈치만 골절이 난 상태라고 한다. 

응급실에서 엑스레이와 CT 등 여러 가지를 찍은 후, 

'의사가 다친 팔을 뺐다가 다시 끼워 넣고 나서야' 살~짝 괜찮아졌다고 한다.  

세상 가장 무섭고 아파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한다. 😭

월요일에 담당 의사가 전화로 향후 수술 여부에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임시 처방으로 타이레놀을 4시간 간격으로 계속 먹여주라고만 했다.  

 

타이레놀??  

약 처방은 따로 없는가? 의아했지만 그게 다였다.  

 

다행히 왼팔이 다쳐서 다행 중 다행이다. 

 

◤ 혼자서도 잘해요~ ◢

 

오전 7시, - 27도 

 

12월 31일까지 무조건 아파트를 비워줘야 한다. 

다행히 큰 짐들을 옮긴 상태라 마음이 놓이지만, 

나머지 짐들을 혼자서 옮긴다면 두 번 이동할 각오와 다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어차피 누군가 도와주어도 두 번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 살면서 운전만 해봤지, 주유를 해 본 적이 없다. 

주유소에 도착 후, 

남편이 설명해준 대로 잘 기억해서 주유를 시작했다.  

뭐야? 너무 쉽잖아? 😏

근데 너무 춥다ㅠ 

 

미국 시골에 살면 주택과 도로 사이로 기차선로가 있어서 

가끔씩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한동안 볼 일이 없을 기차라 더 아쉽다. 

도로에-기차가-지나가서-자동차가-서있는-모습
기차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

 

아파트에 도착 후, 널부려져 있는 모든 짐들을 

모두 모아 입구로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물건 중,

잘 보지 않는 50인치 TV와 잘 타지도 않는 사이클이 남았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버리고 싶지만 누군가 잠시 옮겨준다면 나머지 작업은 혼자서 다 옮길 수 있다.  

 

혹시나 해서 평소 친하게 왕래하고 지내던 이웃에게 문자를 보내봤다. 

1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오지 않자,

집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에 시부모님이 도착하셨다.  

(코로나 포비아가 심한 이웃이라 도움 청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웠다.) 

 

◤ 서로 같이 힘을 합쳐 ◢

 

웬만해서는 자녀들 이사할 때 관여를 하지 않는 두 분이신데 

이번엔 특별히 두 팔 걷어붙여 도와주셨다.  

 

시아버지와 함께 TV와 사이클을 옮기고 

박스와 모든 세간살이들을 두 차에 꽉꽉 채워 넣었다.  

 

너무나도 고마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짐을 모두 싣고 다시 락체스터로 이동했다. 

두 차에 실은 모든 짐을 내려놓은 후,

지치신 시부모님은 금방 집으로 이내 떠나셨다. 

 

*

 

드디어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정리를 위해 남편과 나는 다시 위노나로 향했다. 

오후가 되니 기온이 아침보다 더 뚝 떨어졌다 ㅠ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오자!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는데,

남편이 인터넷 모뎀을 꼭 교환해야 한다고 해서 

지체하다 보니 오후 6시에 아파트 도착 후 청소를 시작했다.  

(사실, 다음 날 인터넷 기사가 직접 와서 모뎀을 교체했다.😑)  

주방-씽크대와-냉장고-가스스토브가-보이는-모습거실에-창문블라인드와-천장-팬이-보이는-모습
거실/주방 청소 

 

한국에서는 청소를 해도 간단히 하고 떠났던 기억이 나는데

미국에서는 청소가 의무라 하니.. 열심히 청소해본다. 

방 곳곳 청소기와 화장실 청소, 먼지를 털어내고 나니 저녁 8시가 넘었다. 

 

마지막으로 우편함을 비우고

집 키는 봉투에 넣고 관리사무실 문틈 아래 사이로 밀어 넣었다. 

오전에 연락이 안 되던 이웃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우리는 떠났다. 

흰색벽-창문-블라인드-옷장-문이-열린-모습현관문-쇼파-우편함이-보이는-모습
마지막으로 우편함 체크 

 

 


이틀간, 눈물겨운 대환장 이사를 끝냈습니다. 

남편이 다치지만 않았다면 수월하게 끝낼 일들이 

돌고 돌아 너무나도 오래 걸린 기분이지만, 

더 크게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파트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문을 잠그고 돌아서니,

4년간의 추억이 물밀듯이 밀려와 순간 눈물을 쏟을 뻔했습니다.  

 

한마디로 위노나는 미국 생활 시작의 

'애증의 도시, 애증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락체스터로 돌아와 

집구석을 돌아보니 감성의 기운이 싹-사라집니다.🤬

다시 시작된 라운드 2입니다... 

방에-물건과-박스들이-널부러져-있는-모습
정리해야 될 엄청난 짐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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