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이 된 이사 에피소드 - 2

파이널 워크 쓰루와 계약서를 작성한 후, 최종적으로 우리 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집을 얻은 느낌도 나지 않고 빈집에 들어간 기분입니다. 

계절이라도 따뜻했다면 좀 더 실감이 났을까요? 

 

우리 집 같지 않은 어색한 우리 집 이사 2탄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 나~ 이대로 돌아갈래! ◢

 

눈으로 진창이 된 도로가에 유-홀 트럭을 주차한 후, 

아파트로 들어와 여동생네 부부가 본인들이 옮겨야 할 가구들을 훑어보더니,

살짝 후회로 흔들리는 그들의 눈동자를 포착했다.

 

이삿짐들

 

우리도 많이 미안한 것이

가구들이 전체적으로 원목이라서,

장정 여럿이서 들어야 가능한 이사였다. 

 

한마디로 처음 가구를 살 때 정신이 맛이 간 채, 

눈에 보이는 좋은 가구들만 쇼핑을 했다. 

 

우리도 알고 있다! 욕심이 조금 과했다는 것을..

 

미국 가구점은 정말 팬시 하게 예쁘게 잘 꾸며놓기도 했고, 

미국 첫 생활을 파이팅 있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기죽지 않게 럭셔리한 가구를 사보겠다고, 조금 과한 지출을 해서 집 안에 가구를 들여놓았다. 

 

그런데 그것이 큰 화와 문제를 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계속해서 "잇츠 오케이", "위 아 파인"만 

외쳐대는 여동생네 부부를 보면서 

혹시 돌아가진 않을까? 발을 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최대한 비위를 맞추려 노력을 했다. 

 

나의 가장 큰 염려는 시누이가 임신 중임에도 

오빠의 이사를 도와주러 온 것이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 총체적 난국의 이동 ◢

 

이번 첫 셀프 이사를 위해 이사 보조용품 구입만 30만 원 넘게 쓴 것 같다.

가구 드는 리프트 스트랩과 수레, 스크래치 나지 말라고 가구들을 비닐로 꽁꽁 싸맸다. 

리프트 스트랩

 

TV 테이블, 소파 테이블, 소파, 옷 서랍장 등.. 

 

그중에서도 옷 서랍장! 

문제의 제일 크고 무거운 옷 사랍장을 옮기기 위해 첫 작업에 들어갔다.

 

골칫덩어리 서랍장

 

모든 것을 수레와 인간의 손의 힘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시간 단축과 편리를 위해 아파트 후문으로 직접 손으로 옮기자고 합의를 했다. 

 

하지만, 

무거운 서랍장을 힘으로 계단에서 끌어내리려 시도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계단으로 옮겼다간 다칠 위험이 있어서  

엘리베이터 이동으로 플랜을 다시 바꿨다. 

 

아핫~

1종 보통 운전면허증 소지자인 내가 직접!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와 가까운 현관문으로 트럭을 이동시켰다.  

트럭은 노련한 사람이 아니라면 후진이 가장 어렵다.  

시야 확보가 아주 어렵기 때문에 까딱하다간 큰 사고를 낼 수 있다.

어렵게 어렵게 다행히 그 어려운 후진을 간신히 해내었다.( 휴~) 

 

문제의  '옷 사랍장'을 간신히 트럭에 실은 후, 

또다시 트럭을(ㅠ) 집 입구와 가까운 후문으로 옮겼다.  

이제부터는 모두 손과 리프트 스트랩으로 이동해도 별문제 없이 

모든 가구들과 짐을 트럭과 우리 차에 최대한 꽉꽉 채워 넣었다.

짐 싣기 

 

셀프 이사를 할 시에는 여러 번 이동을 예상하고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이삿짐을 하루 만에 다 옮겨야 할 상황이라면, 더 큰 용량의 트럭을 빌렸어야 했었다.

(더 큰 대형 트럭은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그나마 절충한 사이즈였다..) 

 

결국 반절만 짐을 옮기고 

반절은 아파트에 남겨둔 채, 새 집으로 이동을 했다. 

 

다행히 돌아갈 때는 시매부가 트럭 몰아주어서 안전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 안 좋은 징조 2 ◢

 

오후에는 눈이 멈췄지만, 

거리나 도로는 눈과 얼음으로 꽝꽝 얼려 있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추운 날씨였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우리들은 

열심히 오후 6시 전까지 짐을 옮긴 후, 트럭을 반납하고 저녁을 먹자고 호기롭게 계획을 구상했다.  

 

문제의 가구들도 속속들이 

남편과 시매부가 힘을 합쳐 안전히 옮기기 시작했다.  

 

임신한 시누이도 최대한 보탬이 되려고 

물건을 옮겨주었다. (너무 고마웠다ㅠ) 

 

마지막으로 소파와 문제의 옷 서랍장만 남았던 시점에서, 

 

남편이 힘들어하는 표정이 보였다. 

 

계속해서 팔목이 아프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나의 판단으로는..

소파와 문제의 옷 서랍장만 옮기면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힘들다는 말을 무시하고 잠시 쉬어가자는 제안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모두가 지친 상태이지만 일의 흐름을 끊는 것이 쉽지 않았다.

 

팔목이 아프다는 말이 쉬어가자는 포인트였는데, 

나는 너무 무감각했다.. 

 

그 순간, 

 

◤ 결국, 사고가 나다 ◢

 

 

쿵!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남편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소파를 옮기다가 눈에 발이 미끄러져 팔꿈치를 시멘트 바닥에 찍어버렸다. 

팔꿈치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보니 미안함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911 엠블런스를 부르자고 말을 꺼냈지만,

사실 엠블런스 이송비 금액이 비싸기 때문에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911 엠블런스는 어느 국가나 무료인지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또다시 나의 무지를 원망했다. 

 

시부모님이 다행히 근처에 살고 계셔서

오실 때까지 남편 옆을 지키며 나는 해결하지 못한 이사 마무리와 책임을 구상해야만 했다.

 

시부모님 도착 후, 

시아버지가 남편을 데리고 응급실(ER)로 데리고 떠났고, 

나머지 가족들에게는 나의 플랜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괴력을 발휘해 소파를 집 안으로 들였고, 

문제의 옷 서랍장은 차고에 세워두기만 해도 족하다고 부탁을 했다.  

향후 앞으로 문제가 될 원목 가구들은 모두 처분을 하기로 우리는 최종 결정했다!

차고 구석에 세워둔 서랍장 

가구는 끝이 났고 이제 트럭이 남았다. 

시매부에게 트럭 반납을 같이 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더니 

다행히 해줄 수 있다고 해줘서 

시매부는 트럭을, 나는 우리 차량을 몰고 유-홀(U-Haul) 렌터카로 향했다.  

 

불 꺼진 렌터카에 어떻게 차키를 반납하지? 걱정을 했는데.. 

현관문 앞에 반납 키 박스가 있었다. (아~ 유레카!) 

키를 박스에 넣고 우리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이런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다!!

 

*

 

늦은 밤이 되어도 시아버지와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올 때까지 월마트로 가서 청소도구와 먹을 것을 사다 날랐다.  

정말 너무나도 긴 밤이었다. 

 

피곤하고 잠은 오지만 당장 내일이 걱정이다.

혼자서 아파트에 있는 모든 짐 정리와 청소를 해야 한다니...

 

자동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겨났다!

(정말 말이 씨가 되었다ㅠ) 

 

 

- 다음 에피소드는 3부에서..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