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시] 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일부 발췌(현대문학, 2010)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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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삽화가 서정적이고 감성적이게 그려진 시집입니다.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시집의 그림 때문이 아니라 시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골라봤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시는 잘 읽지도 팔리지도 않기 때문에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가 잘 표현된 듯합니다. 

 

소싯적 시를 좋아하고 자주 읽었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다 유치한 사랑 시나 쉬운 시를 참 즐겨 읽었던 것 같습니다. 시는 감동을 주기도 하고 슬픔을 주기도 하고 깊은 질문을 던져주는 참 오묘한 문학이라 생각됩니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무딘 나를 위해 정신 차리기 위해, 여러 감성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 시를 가까이 두며 읽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김용택 시인 <지구의 일>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