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의 수술 과정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내용이 조금 많이 깁니다.
줄이고 줄인 내용이지만 지루하시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미국 병원 수술 일기
1/7/22 금요일 오전 7시 15분, 병원 입실
새벽 6시에 일어나 수술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1. 입원 수속 확인하기
처음 가보는 병원 주차장이지만 다행히 잘 찾아서 주차를 한 후,
병원 안내직원에게서 당일 내원 환자라는 표시로 금요일이 프린트된 스티커를 가슴팍 부착했다.
스티커 부착 후, 또 다른 데스크 직원에게 수술일정을 확인하고는 1층 수술 대기실로 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신원 확인을 한 간호사가 우리를 1번 방으로 소개하며, 남편은 침대에 눕고 기다리라고 했다.
2. 상태 확인 및 검진하기
여기서부터 끝이 없는 간호사 행렬이 시작된다!!
제일 처음, 간호사 두 분이 들어와서는 사고 경위에 대해 물었고, 남편은 시간 순으로 설명을 하였다. 그런 다음 간호사는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라고 쉬라고 했다.
5분 뒤, 다른 간호사가 들어왔다. 사고 경위에 대해 물었고, 남편은 설명을 했다.
5분 뒤, 또 알 수 없는 간호사가 와서 사건 경위에 대해 물었고 남편은 답을 했다.
5분 뒤, 당연히 다른 간호사가 찾아와서 사건 경위를 묻고는 팔에 두른 깁스 중간을 가위로 자른 후, 의사가 곧 올 것이라고 대기하라고 했다.
그렇게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간호사를 계속 만났다.
'남편 담당 간호사들인가?'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냥 랜덤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앵무새같은 대화를 오고 가며 차트 체크를 했다.
아침에 본 간호사들은 퇴원할 때까지 두 번 다시 본 적이 없다.
"약간은 화딱질 나는
정말 독특한 미국 의료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혹시 나중에 내가 진료나 수술받을 때를 대비해서 '영어공부를 좀 더 빡시게'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
3. 드디어 의사 내진
그렇게 30분이 흐른 후,
드디어 의사가 와서 몸상태가 어떤지 확인한 후, 수술할 준비가 되었는지, 왜 수술이 필요한 지 설명을 이어간 후, 수술할 자리에 사인을 하고 10분 이내에 사라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인대가 끊어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은 다시 한번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 준비를 위해 '알 수 없는 간호사'에 의해 다른 방으로 이동을 했다.
그때가 오전 9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4. 코로나 검사와 수술복 갈아입기
대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간호사가 이것저것 질문을 이어갔다(당연히 사고 경위는 반복해서 말했다.).
다행히 유머가 넘치는 간호사라서 분위기가 좋았다.
남편 몸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간 순간,
우리는 입이 쩌~억~벌어졌다. 세.. 세 자리?? 언제.. 이렇게???
그러자 간호사가,
간호사 : Because of the shoes!(신발 때문이야!)
무표정으로 위로해주지만 우리는 충격 그 자체였다!
불어난 몸무게 원인을 옷이나 신발로 돌리는 건 정말이지 만국 공통 똑같은 것 같다. 🤣🤣🤣🤣🤣
+
원래 병원 계획으로는 우리가 하루 전날 병원에 와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가야 하는 프로토콜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변경되어 당일날 병실에 도착 후 2시간 이상 머문 뒤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이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병원 계획에 따랐다.
다행히 "음성"
+
팔꿈치 수술이라 팔만 드러내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했지만,
살균처리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옷과 액세서리'를 벗은 후 수술복으로 갈아입라고 했다.
정말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수술복을 직접 보니 신기했다.
심지어 보온 발양말까지 준다.
IV주사를 손등에 곧 주입할 거라고
9시 30분까지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한 간호사는 그렇게 영원히 사라졌다.
5. 수술 전까지 무한정 대기
유머러스한 간호사 덕분에 긴장된 분위기가 좀 풀린 우리는,
'그' 간호사가 나타날 때까지 무한정 기다렸다.
장정 2시간 30분...
멍하니 병실에서 대기했다.
밖은 어수선하고 '점심 먹었냐?' 하면서 하나둘씩 사라지니 불안하기까지 했다.
나 : 우리 까먹은 거 아니야?
다행히 수술 들어가기 45분 전에 어느 간호사가 지나가다가 멀찍이 앉아있는 우리를 확인하고는,
'2시간 넘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TV 리모컨도 안 주고 그냥 갔냐~' 등 립서비스가 오고 갔다.
그렇게 알게 된 수술실 들어가는 시간은 12시 50분
의미 없는 TV를 15분 정도 시청 후,
드디어 IV주사(정맥주사)를 놓는 간호사분이 오셔서 손등에 굵은 주삿바늘을 꽂고는 가셨다.
6. 수술 들어가기
갑자기 2-3명의 간호사가 분주하게 대기 병실로 찾아와 혼란스러웠다.
수술 전,
타이레놀 2알과 카페인 1알을 먹으라고 건네주었다. (카페인 알약이 있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술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 30분 전에 급하게 남편은 수술실로 이동을 했고,
나는 대기실로 옮겨졌다.
7. 보호자 대기 타기
실시간으로 수술 과정을 문자로 보내주어서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대기실도 널찍하니 앉아 있기 편하지만 무료하다.
혹시나 해서 백팩을 들고 왔지만, 만약 비어있는 락커를 찾지 못한다면 조금 큰 가방을 들고 와도 무방할 듯하다.
8. 수술이 끝나고 환자 만나기
3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 대기실에 사람들이 얼마 안 남은 상태였다.
대기실 데스크로 전화가 울리더니 데스크 직원이 남편이 있는 병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수술을 마친 남편은 수술 침대에 누워있고 옆에 간호사가 있었다.
마취가 깬 후, 사람에 따라 마취약 반응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간호사가 계속 괜찮은지, 혹시 어지럽거나 토하고 싶지 않은지 체크를 했다.
이번 남편의 반응은 좀 까칠했다.
계속해서 수술 경과에 대해 듣고 싶다고 의사란 의사는 다 불러달라고 하니
간호사도 진땀 나고, 나도 진정시키느라 진땀 났다.
아직 마취가 안 깨어난 상태라 본인은 무얼 말하는지 몰랐다 한다!
결국 마취의사와 담당의사가 와서 수술 잘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잠잠해졌다.
이때도 정신없이 간호사들이 왔다 갔다 말해서 너무 머리가 아팠다.
9. 퇴원하기
퇴원할 때가 되니, 간호사가 빨리 집에 보내려고 눈치를 막 준다.
백팩에서 옷을 꺼내서 모두 입히고 슬링까지 대충 채운 후, 휠체어에 앉혀서 엘리베이터까지 이동시켜주는 것까지가 간호사의 역할인 듯했다.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 시간이 5시 40분이었다.
10. 약 타기
수술 후 당일 퇴원이라서 집에 빨리 가고 싶지만 약국에서 약을 타서 가야만 한다.
약국 줄이 너무 길어서 30분을 더 기다린 후 처방약을 받았다.
수술 기억보다는 하루종일 대기 탄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약값은 $12.50.
생각보다 저렴하며 신분증을 확인했다.
약 처방은 마약성 진정제인 옥시코딘을 처방받았지만,
타이레놀을 6시간 간격으로 꾸준히 먹어주라고 했다.
우리 도대체 왜 기다린 거야?! 타이레놀 먹이면 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의아했지만 처방약은 타이레놀이 전부다!
이 정도면 정말 타이레놀 사랑 아닌가?
수술실에서 의사가 팔꿈치를 열어보았을 때 인대 상태가 "Torn(찢어진) 상태"인 것을 최종 확인했다고 합니다.
확률적이지만 수술 선택은 아주 잘한 결정이라고 얘기를 해줍니다.
이번 기회로 미국 병원 수술 시스템에 대해 좀 더 배우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랜덤 간호사가 지치도록 말을 걸어올 테니, 다음에는 우리가 할 말 꾸러미를 한 아름 준비해 가서 그들을 지치게 할 방법을 고안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다리라고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무조건 물어보고 간호사들이 환자 병실로 와서 체크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기다리는 환자는 지옥의 시간일 테니까요!
미국에서 당일 수술-퇴원 시간은 대략 약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듯합니다.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소지품 보관 등 환자가 안전히 수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니 참고 바랍니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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