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게 금요일 오후 남편 반차가 생겼다. 그래서 평소 미뤄두었던 나의 볼일도 볼 겸, 나들이 겸 락체스터(Rochester,MN)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화창한 날씨
오랜만에 나름 도시(?!)로 나들이를 나가는 것이라 점심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우리는 점심 메뉴도 못 고르고 이곳저곳 헤맬걸 알기에 미리 준비해서 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집을 나서기 전, 아보카도에게 인사를 하고 나간다. "쑥쑥~ 잘 자라고 있으렴!"
위노나에서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락체스터는 특별한 일 없으면 자주 안 나가는데 오랜만에 고속도로 달리니 햇살이 강렬하고 좋다. 특별할 풍경이랄 건 없지만, 맑은 하늘의 구름이 여행의 느낌을 더해준다.
랜드 마크 '스카이 웨이'
락체스터 시내로 집입 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로 연결되는 통로를 운전을 하며 지나쳐 간다. 이곳에서는 이것을 '스카에 웨이'라고 부른다. 락체스터는 메이요 병원(Mayo Hostpital)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시내에는 온통 메이요병원과 관련된 시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내 전체가 메이요 병원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병원 규모가 크고 미국에서 원탑으로 알아주는 세계적인 병원이라고 한다. 락체스터에 거주하는 시민은 거의 병원 의사나 간호사, 의료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메이요 병원이 랜드마크인 도시이다. 이 스카이 웨이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상 병원 간 병원을 이동하는 환자와 의료진들의 편리성을 위해 지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카이웨이는 우리나라의 지하 상가와 같은 시스템이라 생각할 수 있다. 다리 하나 건너면 호텔이 나오고, 다리 하나 건너면 대학교가 나오고 다리 하나 건너면 병원이 나오고 등 스카이 웨이를 건널 때마다 이름이 다른 여러 건물들을 쉽게 통과해 건너간다.
락체스터 시내는 크지는 않지만 평일에는 차가 엄청 많은 편이라 주차를 할 곳을 잘 찾아야 한다. 거의 다 유료이지만 최대한 볼 일 보는 건물과 가까이 주차를 하려면 여러 곳을 뺑뺑 돌다가 주차 자리를 찾곤 한다. 다행히 우리가 찾은 곳은 새로 지은 주차장 건물에 주차를 해서 1시간 주차 무료라고 하니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와야겠다.
주차장에서 나오자 스카이웨이 입구를 발견했다. 여러 번 이곳을 와봤지만 이 입구 문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입구를 찾은 기념으로 찍어두었다.
복도를 조금 건너자 시내 풍경이 보인다. 건너편 갤러리아는 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건물이면서 다양한 옷가게나 마사지 샾, 레스토랑이 많이 있다. 우리는 곧 이 스카이웨이를 통과해 저 건물로 넘어갈 계획이다.
스카이웨이 복도를 몇 개를 걷다 보면 감각이 둔해진다. 그 건물이 그 건물 같고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다른 건물에 들어왔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길치, 방향치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구조다 ㅜ
모던한 실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이뻐서 내가 사진 찍는 걸 직원이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멋쩍은 듯 웃으며 지나가며 나중에 기회 되면 와봐야지 하고 기록해 둔다.
락체스터 다운타운을 즐기고 싶다면 평일에 오는 게 가장 좋다! 주말에는 병원 건물 거의 대부분 문을 닫은 곳이 많아서 먹을 만한 곳, 볼만한 곳이 별로 없다. 물론 바나 레스토랑은 열지만 주로 밤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 주말 저녁 약속을 잡는 다면 별 문제는 없을 듯하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일
의료보험을 가입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의 병원 번호가 발급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직접 병원을 찾아왔다. 보험이 가입되어 있어도 병원에서 나의 이름으로 등록된 번호를 따로 발급받아야 된다고 한다.(왜 그런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등록번호가 없으면 보험이 있어도 혜택을 받는데 제약이 있다고 한다. 한국 공공 의료 시스템의 편리함을 맛보다가 낯선 곳에서 이런 일을 처리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을 계속해서 읽고 이해하려 해도 어렵고 복잡하다. 왜 이렇게 복잡게 만들어 놓은 게냐? ㅠ
이런..
병원 프론드 담당자는 상황 설명을 듣자마자, 나의 비자 상태와 여러 가지를 묻더니 번호 한 장을 건네주며 이곳으로 전화해보란다 ㅠ 몇 달을 기다리다 왔는데 허무하게 일이 끝나버렸다. 남편도 이런저런 설명을 하였지만 직원의 말은 단호하다.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지만 가끔씩 돌아가야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어쩔 수 없지..
"다행히 올바른 연결 부서 전화를 바로 받은 게 어디야? 그 전에는 다 모른다고 튕겼잖아~ "
자기 부서 일 아니라고 '여기 전화해봐라~ 저기 전화해봐라' 공을 넘기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만국 행정의 공통의 문제인 듯하다. ㅎㅎ😥
그냥 즐기자~!
쉽게 풀릴거라 기대했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허무함이 찾아와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마침 병원 로비 밖 정원에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직접 싸온 에그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화사한 꽃에 둘러싸여 먹으니 기분이 좋다. '다 잘 되겠지~'
남편이 맛있다고 쌍엄지를 치켜세워준다.
스카이 웨이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 신기한 문이 하나 보인다. 플러멜 빌딩! 메이요 병원의 랜드마크 건물이라고 한다. 지은 지 백 년도 더 된 건물이지만 현재까지도 병원이나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내외 인테리어 디자인이 중세시대 느낌 분위기가 확 난다. 그래서 이 고풍스러운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중세 시대 얘기하니까 생각났는데, 중세시대 갑옷이나 무기 등을 사 모으는 것을 취미를 한 변호사(?) 또는 판사(?)가 직접 전시한 박물관이 집 근처에 있다고 한다.ㅋ 나중에 시간을 내서 가봐야겠다.(TMI..)
무료 주차 시간 종료가 다가오기 직전이라서 얼른 눈으로만 담고 빨리 지나쳐 간다. 병원 건물이 엄청 크고 높아서 볼 때마다 놀랍다.
빌딩 위를 지나가는 구름도 멋있다!
참새 방앗간
집으로 돌아가기 전 트레이더 조를 방문해서 어떤 신상이 나왔나 보러왔다. 트레이더조에서 파는 치즈나 신선한 야채, 그리고 와인 등을 사러 참새 드나들듯 가끔 방문한다.
이런 곳에서는 절대 같은 물건을 사 가지 않는다. 새로 도전하고 싶은 새 브랜드를 엄중히 고른 후 집어 든다. 나만의 알 수 없는 쇼핑 루틴이다. 한마디로 별 의미 없는 데 의미를 잘 두는 편이다. ㅋㅋ
오랜 숙제였던 병원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찜찜함 기분이 남지만, 다행히 햇살이 좋은 날 도시 나들이를 한 것은 아주 기분전환이 된 듯하다. 그리고 락체스터에서 요즘 아주 핫한 쿠키 집을 드디어 방문했다. 그동안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는 줄이 귀찮아 늘 다음으로 미뤘었는데, 드디어 쿠키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쿠키 집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도로와 마쉬랜드 걷기 (4) | 2021.10.22 |
---|---|
민트초코쿠키 먹다가 '반민초파'가 되었다 (11) | 2021.10.21 |
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두가지 선물 (4) | 2021.10.16 |
낭만의 보트하우스(Boat House) (12) | 2021.10.15 |
호기(Hoagie) 샌드위치 그리고 풋볼게임 (8) | 2021.10.12 |
댓글